<젠V> – 피끓는 청춘들

< V> (V세대) ★★★☆2022년 세 번째 시즌을 마치고 새 시즌을 기다리고 있는 아마존 프라임의 ‘더 보이즈’가 스핀오프로 돌아왔습니다. 9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방송되어 8부작으로 완성된 ‘젠V’입니다. 말 그대로 ‘V세대’를 뜻하는 이번 시리즈에는 재즈 싱클레어, 리즈 브로드웨이, 마디 필립스, 챈스 파드모, 아사 게르만, 패트릭 슈워제네거 등 신예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습니다.능력이 발현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일으켜 고아가 된 마리 모로. 하나뿐인 동생마저 자신의 곁을 떠나 몸도 마음도 둘 곳이 없게 된 그때, 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라면 누구나 꿈꾸는 고드루킨 대학에 합격합니다. 부푼 꿈을 안고 룸메이트도 만나 캠퍼스 라이프를 시작하지만 모든 것이 세련되어 보였던 학교의 어두운 비밀이 조금씩 밝혀집니다. ‘더 보이즈’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당연히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겹치는 인물이 거의 없거나 특별출연 정도여서 따로 감상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전개되는 줄거리 또한 평범한 청소년 슈퍼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창작물과 유사합니다. 별 문제 없어 보였던 학교가 사실 온갖 음모의 온상이자 10대에 불과한 주인공들이 힘을 합쳐 그에 저항하는 흐름입니다.다만 분위기와 수준은 “더·보이즈”에 손색이 없습니다.슈퍼 솔저 혈청에 맞은 “게임·오브·슬론 즈”정도입니다.마벨과 DC를 비롯한 “정의의 영웅”들이 아무래도 보일 수 없는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일어날 법한 유혈과 청소년 관람 불가급 사건이 매 에피소드마다 일어납니다.어딘가가 부서지고 잘리는 것은 일상인 데, 초능력이 있으므로 가능한 엽기적인 성적 취향 등 싫어하는 광경도 구경(?) 할 수 있습니다.그런 무대의 주인공은 마리·모로입니다.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려진 순간, 부모를 잃고 이중 이상의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인물입니다.너무 빨리 갖게 된 마음의 상처가 여생 동안 갖게 되었는데 고도루킨 대학 사건에서 그것에 밀렸던 본인의 진짜 모습을 서서히 발견합니다.그 과정은 단순히 피를 물리적으로 따지기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던 초능력의 확장과 함께 하겠습니다.다만 마리 모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젠브이는 사실상 고드루킨 대학 밑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사건을 더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보트 인터내셔널이 어린 초능력자들을 쉽게 한 곳으로 몰아넣고 관리할 수 있는 바로 그곳에서 끔찍한 일의 수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보트는 다시 한 번 스스로를 증명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마리 모로라는 개인이나 그녀의 능력은 특별히 중요하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고드루킨 대학에 합격해 루크의 반열에 드는 외부인이 주인공이라도 있으면 일어나서 밝혀지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마리 모로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극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보트의 음모와는 별개로 흘러간다는 인상이 강합니다.또한, 언급한 대로 <더 보이즈>의 세계관과 관람 수위를 공유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이 자신들을 노리는 세력과 맞선다는 설정은 <뉴 뮤턴트>, <기묘한 이야기>, <그것> 등 많은 창작물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자주 사용된 틀이기도 합니다. ‘더 보이즈’는 전혀 예측할 수 없으면서도 개입과 동시에 판세를 뒤집어버리는 홈랜더가 작품의 잠재력을 담당했지만, ‘젠브이’는 그런 인물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젠V>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펼쳐지는 청소년(말하자면 대학생이긴 하지만)들의 이야기라는 본인의 특별함을 십분 활용합니다. 상대를 조종하거나 손짓 한 번에 머리를 폭발시키는 등의 설정으로 극적 전환점을 만들어내는 와중에 일부 인물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해도 젊음의 때리기라는 변명이 어느 정도 통용됩니다.초능력을 제외한 인물들의 관계만 놓고 보면 청춘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정, 사랑, 질투 등 보통의 청춘물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흔들림을 골고루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교내의 인기나 인지도가 외모와 성격을 바탕으로 형성되면 여기서는 각자의 고유한 초능력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젠V>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드라마 시리즈 특유의 긴 호흡을 무기로 다양한 관계도와 양상을 갖추고 있습니다. 보통은 두 명 안팎의 주인공이 제3자의 등장으로 다투고 화해하는 그림을 그린다면, 여기서는 각 인물이 서로의 가족, 친구, 연인, 심지어 아군과 적군까지도 오가며 흥미를 유지합니다.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면서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초능력과 초능력을 얻게 된 계기를 공통점으로 삼아 전개의 속도를 납득시킵니다.덕분에 슈퍼히어로/초능력, 청소년관람불가, 고어, 그리고 청춘물의 교집합이라는 독보적인 정체성이 탄생했습니다. 쉽게 사귀기는커녕 그냥 같이 두기도 어려운 단어들이 모였습니다. 다만 외전 시리즈치고는 ‘더 보이즈’ 시즌4를 감상하기 위해 꼭 봐야 할 작품에 가까워 보이지만, ‘젠V’의 두 번째 시즌으로서는 따로 빠지기보다는 ‘더 보이즈’의 새로운 시즌에 자연스럽게 맞춰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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